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심의 활동과 발달장애인의 현주소
이원무(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팀 간사)
8년 전 12월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명시한 장애인권리협약이 국제기구인 UN에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에 장애인권리협약이 비준되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 6월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국가보고서를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최초로 제출했다.
이후 정부보고서와는 별개로 장애인 인권개선을 목적으로 한 민간활동을 위해 (사) 유엔인권정책센터를 중심으로 약 30여개의 장애계단체와 민간단체가 모여 작년 4월 중순부터 NGO보고서연대가 구성되었다. 이 연대에서는 6개의 워킹그룹으로 나누어 각 워킹그룹별로 할당된 조항들을 공부한 다음 그 조항에 해당하는 장애계의 여러 이슈들을 논의해 그 중 권리위원회에 알릴 이슈를 선택했다. 이후 자료, 사례 등을 모으며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최종 민간보고서를 올해 9월 유엔에 제출했다.
보고서 제출 후 9월 중순 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정부심의가 진행되었다. 심의 직전 사이드이벤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NGO보고서연대는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현실을 알리며 정부가 장애인을 시혜적인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권기반의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고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후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국가심의를 시작하며 NGO보고서연대의 정보를 활용해 정부대표단에 질의했고 정부는 답변했다. NGO보고서연대에서는 정부답변에 대한 반박답변을 내며 장애인인권개선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10월 3일 장애인 권리에 대한 최종권고를 냈다.
[사진1] 장애인권리협약 오프닝 세션 [사진2] 사이드이벤트 발표모습
(출처: 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 페이스북)
국가심의 기간 동안의 활동
본인은 올해 9월 중순에 제네바에서 있었던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대한민국 국가심의를 참관하고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과 만나며 발달장애인의 권리현실을 알리고자 했다. 국가심의가 시작한 날 다음 날인 16일 아침 NGO대표단 일부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가보고관인 몬티안 분탄 위원을 만나 장애인방송고시와 장애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발달장애인이 배제되어 있는 등 발달장애인의 방송 및 정보접근권이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이에 분탄 위원은 알기 쉬운 자막과 정보는 9조 접근성과 관련시켜 생각해볼 때 필요한 것이며 접근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권리위원회에 주었다며, 알기 쉬운 정보 및 자막에 관련된 내용을 권고안에 넣는데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진3] 제네바에서 몬티안 분탄 위원과의 만남(출처: 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 페이스북)
이어서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에다 마이나 위원과도 메일과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로비를 했다. 메일로는 장애인 시설 및 입소인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은 현실을 말하며 국가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마이나 위원은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실제로 국가심의 시 질문을 했다. 그리고 개별적인 만남은 국가심의 도중 했는데,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는 부양에 관련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통역사의 도움으로 설명하며 부양의무제 폐지를 권고안에 넣어 달라고 말했고 마이나 위원은 권고안에 꼭 넣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이외에도 국가심의가 끝난 후에도 본인은 최저임금 적용제외와 보호작업장 실태, 장애인가족지원서비스의 성인장애인 배제 및 서비스 양 절대부족 등을 연대를 통해 메일로 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국가심의가 끝나기 전 장애인의무고용을 실시해도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의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 현상 등을 국가에 질의하도록 권리위원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심의과정과 위원회 최종권고를 통해 본 발달장애인의 현주소
[사진4] 장애인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심의장면
(출처: 세이브더 칠드런 서여정 과장 사진)
본인은 9월 17일 진행된 정부심의에서 나온 정부의 답변과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를 보며 발달장애인의 현주소를 생각해보게 된다. 먼저 최저임금 적용제외, 보호작업장과 관련된 정부는 ‘최저임금적용제외를 인정하는 것은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장애인 입장에서 이런 점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므로 현재의 적용제외 방식을 장애인 임금보장 가능하도록 전환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에 권리위원회에서는 보호작업장을 폐기하고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받는 장애인의 급여를 보장할 것과 협약의 정신에 부합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냈다.정부가 적용제외 방식을 폐지하고 장애인 임금보장에 관해 검토를 하고 있다니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또한,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와 관련하여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에 대해 올해 2개월여 동안 민관합동으로 실태를 조사하여 그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여 인권보호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는 답변을 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거주시설 인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여기에 대해 조사를 시행했지만 인권침해실태조사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곳이 장애인거주시설이고 시설 내 장애인에 대한 폭력,착취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된다.이런 인권침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장기적 대책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발달장애인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정부 답변에 위원회 권고에는 모든 유형의 폭력, 학대 등에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오로지 정신병원에 수용된 장애인으로만 한정지어 더 큰 아쉬움이 왔다.향후 장애인생활시설 인권침해가 근절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인권관련 전문가들과 우리 발달장애인들도 이에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지금보다 더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은 부양의무제와 관련하여 정부는 ‘한국의 국민기초생활제도는 부양의무자 소득 반영하여 가족 내 낙인감 있다. 장애인가정 경우 부양의무자를 완화하여 두텁게 보호한다.’고 답변했다.
정부 말대로 부양의무자를 완화해 두텁게 보호한다면 부양의무자로 인한 자살사건은 없어야 하지만 부양의무제로 인해 올해 2월 말에 송파 세 모녀 자살, 4년 전에는 발달장애아동을 둔 한 가장의 자살, 2년 전 2월에도 지체장애인의 자살 등이 발생했다. 그리고 시설에 있는 장애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만 지역사회에 나오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박탈된다. 부양의무제를 완화하여 두텁게 보호한다는 정부의 말과는 동떨어진 현실인 것이다.
이후 위원회에서는 장애인 가족의 재산 및 소득이 아닌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지원해줄 것을 권고했다.가족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의 정서를 고려해 부양의무제 폐지라는 문구까지 쓰지는 않은 것 같지만 부양의무제 폐지를 명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는 단체에게 이 권고는 부양의무제 폐지운동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부양의무제 폐해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보며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며 전략적으로 정부를 압박하면 부양의무제 폐지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고 부양의 짐이 상당한 발달장애인가족에게는 삶의 행복과 희망을 말하는 것이 현실이 될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또한 21조에 장애인방송고시에서 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 등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질적 기준이 없음에 우려를 표시해 이 기준을 장애인방송고시에 포함시키라고 권고를 했다. 이 부분은 분탄 위원이 연구소의 의견을 일부 반영한 내용이다. 이를 통해 방송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 기대가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방송 시 알기 쉬운 자막에 대해 정부에게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될 것 같다.
이외에도 장애인 보험가입과 관련한 25조 마호의 유보를 철회하라는 위원회의 권고를 얻어낸 점도 발달장애인 입장에서는 발달장애인 보험가입 차별의 소지가 있는 국내법을 철폐할 수 있는 근거를 얻어낸 것이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맺는 글
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는 끝이 났고 권고는 내려졌다. 권고를 생각하면 나의 역량이 부족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권고를 많이 얻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만 1년 반 동안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실제 장애인 권리의 현실과 연관시켜 공부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후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하며 로비활동을 벌인 순간들은 나에게 좋은 경험과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를 통해 나로서는 장애인권리협약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현실을 더 많이 알아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개선되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 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이런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개선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고 이런 바램이 전 세계에게도 울려퍼져 전 세계의 발달장애인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사진5] 정부심의 종료 직후 단체사진 [사진6] 제네바한국대표부 오찬
(출처: 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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