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남자, 산책과 SNS에 관심 많은 남자, 같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바로 서원 씨입니다. 서원 씨(23세)는 2014년 일본에서 열린 '제1회 지적장애인 당사자대회'에 연구소와 함께 참석하면서 연구소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소의 인터뷰 요청을 흥쾌히 수락한 서원 씨, 인터뷰를 하고 나니 큰 덩치에 섬세한 감성을 지닌 청년이더군요. 든든하고 섬세한 이 청년을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요”
제나: 안녕하세요? 서원 씨. 제나: 아, 그렇구나. 저는 화장품을 쓰기는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본 적이 없어요.서원 씨 일하는 곳에서는 화장품을 어떻게 만들어요? 제나: 오호, 그러면 지금 일하는 곳이 첫 직장인가요?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
서원: 아니요. 네 번째 직장이에요.
제나: 지금 직장은 어떤 점이 좋아요?
서원: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잘 들어주고, 잘해 주고,같이 먹으러 가고,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나: 아,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시는군요.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서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요.
제나: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서원: 봉사... 그런 것.
제나: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요?
서원: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하고,같이 작업도 하고.그런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여서 이야기하면, 서로 기억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제나: 서원 씨, 작년 9월에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랑 같이 일본에서 열린 ‘제1회 지적장애인 당사자 대회’에 다녀왔죠? 그 때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당시 ‘지적장애인 당사자 대회’가 발달장애인의 일, 거주, 당사자활동 3가지 주제로 발표회를 했는데, 그 때 서원 씨는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참석했었어요?
서원: ‘일’에 대한 주제요.
제나: 아, 그래요? 발달장애인의 ‘일’에 대한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서원: 제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일본은 어떤가...싶어서
제나: 아, 그랬군요. 일본 발달장애인들의 발표를 들으니까 어땠어요?
서원: 잘 기억이 안나요...(웃음)... 일본에서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나: 일본에서 열린 ‘지적장애인 당사자대회’에서 재밌는 사건 같은 거 소개 좀 해주실래요?
서원: 같이 같던 장**누나가 뷔페 식당에서 물인줄 알고 눌렀는데 슬러시가 나와서 당황했다고 했던 사건...그리고 의자 도미노 사건요.
제나: 의자 도미노 사건이 뭐예요?
서원: ‘일’에 대한 발표회가 끝나고 사진 찍으려고 의자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다가 의자를 치는 바람에 의자가 주루륵 쓰러졌어요. 쓰러진 의자를 세우려도 뒤돌아섰다가 다시 의자를 치는 바람에 뒤에서 의자가 또 주루륵 넘어졌던 사건이 있었어요.
제나: 아, 사진을 찍으려다가 강당에 있던 많은 의자를 주루륵 넘어뜨렸다는 이야기군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서원: 3박 4일 동안 매일 저녁에 팀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회의 같은 거를 했는데, 그 때 좋았어요.
제나: 어떤 점이 좋았는데요?
서원: 각자 어떤 것을 보았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요. 모여서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의 느낌이나 기억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게 자주 모여서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얘기하고, 같이 놀고,,,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나: 혹시 ‘발달장애인 지원법’ 들어본 적이 있어요?
서원: 아니요.
제나: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올해 11월부터 시작 돼요. ‘발달장애인 지원법’은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에요. 서원 씨는 아직 이 법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래도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시작되면 어떤 점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원: 다른 사람들이랑 더 어울려서...같이 놀고, 일도 같이 하고...그러면 좋겠어요.
제나: 그렇군요. 혹시 이 소식지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있다면 한 마디 해주실래요?
서원: 우리들은 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충돌이 많아요.우리를 좀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을 이해해주어서 같은 비장애인처럼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나: 그 얘기 소식지에 실어달라는 거죠? 정말 좋은 얘기네요. 저희 연구소도 그렇게 하려고 활동하고 있어요. 또 하고 싶은 말은요?
서원: 끝났어요.
제나: 끝? 여기까지 할까요?
서원: 네.
제나: 알겠어요. 이렇게 저녁 늦은 시간을 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도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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