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소식지네요. 회원님은 지난 2015년 다들 잘 보내셨어요?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제나 가족들은 작년을 정신없이 보낸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3월, 봄이 다가오고 있네요.
작년 연구소에서는 우리 사회 장애인차별의 기준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기 쉽게 만드는 것에 도전하였습니다. 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6년 정부가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것에 이어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국내에서도 마련했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지요.
보통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렇다면, 목소리가 아닌 글로 대화하는 책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저희들은 책에 있는 글도 대화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렵다고 느껴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당사자의 삶의 경험을 기반으로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보자! 하는 결심을 세우게 되었죠.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장면들이 부당한 차별이었는지 알게 되고 개념화하여 본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기 쉽게 만드는 과정
그런데 법조문은 왜 그렇게 어려운 말로 만들어 놨는지... 무려 50조나 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기 쉽게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법조문에 사용된 단어들은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로 구성된 것들이 많아 조문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발달장애인 제작위원들과 같이 쉬운 단어를 고민하면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힘들어도 우리 모두가 더욱 소중해 지기 위하여 50번의 회의를 거듭한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기 쉽게 만든 책 우리 모두 소중해를 제작 완료하였고 지난 12월 10일, 제작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자 위원들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 날 이루어졌던 도서제작 발표회에는 발달장애 관련 복지관, 단체, 자립생활센터, 학교 등 약 100여명의 많은 분들이 참석해 발달장애와 관련한 뜨거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015. 12. 10. 진행된 우리 모두 소중해! 제작 발표회 현장
하지만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관련 기관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들만 알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걸까? 이러한 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발달장애인에게는 어떻게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내내 고민을 하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순간 연구소에 발달장애인 극단 멋진친구들의 단원 중 조태환씨가 도서관 바코드가 찍혀있는 책을 들고 다니며 책을 소개하더군요. 그 때 머릿속에는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도서관! 도서관에 책을 배포한다면 더 다양한 분들이 알기 쉬운 정보를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저희는 아름다운재단의 2015 변화의 시나리오로 전국 도서관에 배포하고자 회의를 바로 진행하였습니다. 도서관에 배포하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고, 대출을 위한 바코드도 삽입하고, 전국 도서관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국공립 도서관이 너무나도 많더군요. 전국에 무려 8,255곳이나 있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8,255곳에 다 배포하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꾹 참고 350곳을 선정하고자 회의를 통해 선정기준을 다시 마련하였습니다. 졸업 후 그들의 소중함을 돋보이게 성장할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교 도서관에,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관을 기준으로 350곳을 선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누르지 못해 결국 추가로 15곳을 더 보내 365곳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배포하기로 결정! 현재는 도서관에 잘 도착하여 책장에 꽂혀있겠지요?
저희처럼 다양한 분들의 알권리를 실현하고자 힘쓰실 분들을 위해 배포 절차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헌번호센터에 신청하여 바코드 생성 → 바코드삽입 후 도서 인쇄 → 발행 예정인 도서 납본 → 전국 도서관 배포 |
위의 절차처럼, 저희는 먼저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헌번호센터에 신청하여 바코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코드는 책에 입혀 새롭게 인쇄되었고, 책이 도착하기까지 애를 태우며 기다렸습니다. 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달력만 바라보며 언제 오나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바코드를 입힌 새 책이 드디어! 도착하였습니다. 이 책들은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으로 포장도 하고, 라벨지를 부착해서 우체국에 가서 발송을 하였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책은 잘 도착하였는지, 그리고 좋은 곳에 비치하여 다른 분들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전화를 드리며 총 365곳의 도서관에 배포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 바코드 입히기 전 도서 ▲ 새로 제작된 우리 모두 소중해! ▲ 새로 제작된 우리 모두 소중해!
바코드만 입혔을 뿐인데 책의 느낌이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았나요?
장애인이 살기 편하면 모두가 편한 사회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우면 우리 사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한자어, 전문 용어로 구성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을 녹여 쉽게 푼 책을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읽어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도 인권보장의 방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올해는 알권리를 실현해야 하는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각 시설 및 기관의 비장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기 위한 알기쉬운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집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이번 우리 모두 소중해! 도서가 해설집으로 어떻게 재탄생하게될지 꾸준한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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